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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순간이동 ~~~~^^
최고관리자|2021-09-02 조회수|599

몇 발자국만에 칠곡군에서 구미시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아파트?

조회수 1.8만2021. 09. 01. 21:00
추천해요3

방금 전까지 구미시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칠곡군에 왔다?
큰방을 쓰는 부모님은 칠곡군민, 작은 방을 쓰는 딸은 구미시민?
시와 군을 수시로 왔다갔다
순간이동(?)이 가능한 마법 같은 아파트가 있다?


탐정 철용팀에게 일곱번째 의뢰가 들어왔다.
조금 먼 여정이지만 구독자들의 의뢰라면 어디든지 가는 탐정 철용팀!
철용과 정남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김천구미역에서 내려,
(드디어) 의뢰공간 현진 에버빌에 도착했다!


일곱번째 의뢰공간

경북 칠곡군 북삼읍 금오대로10길35(?)에 위치한 오태지구 현진에버빌.
둘러보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판상형 아파트 단지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특이한 점은 어디에?

그때 의뢰인으로부터 발송된 문자.
"도착하셨으면 지도를 꼭 확인하세요!"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파트 한가운데 그어져 있는 금?

금의 정체는 바로 칠곡군과 구미시를 나누는 경계선.
그 경계선이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단지의 왼쪽은 칠곡군, 오른쪽은 구미시에 속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구미시 오태동을 뜻하는 듯한 아파트 이름과는 다르게,
지도에는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 위치해 있다고 표기되어 있었는데~
그 이름과 위치만으로 아이러니함을 드러내고 있었던 셈.

GPS로 위치를 직접 확인해보며
정말 몇 발자국만에 칠곡군과 구미시를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아파트는 특이한 행정구역 덕분에
‘가장 신기한 아파트’라는 별명이 있는 건물이다.

101동과 104동 1호 라인은 구미시,
102동과 103동, 104동 2,3,4,호 라인은 칠곡군에 속해
이웃주민이 서로 다른 행정구역에 살고 있는 것.
또 이중 몇가구는 경계지점에 건축돼
아파트 안방으로 시·군경계가 지나가고 있어
‘큰방은 칠곡군, 작은방은 구미시, 엘리베이터는 칠곡군, 주차장은 구미시’ 등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한 가구내에서는 경계와 상관없이 주소가 통일되어 있지만,
이런 특이한 경계때문에
큰방을 쓰는 부모님은 칠곡군민, 작은 방을 쓰는 자녀는 구미시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 탐정 정남!
이렇게 단지내에서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을 경우 불편한 점이 생기지는 않을까?
세금이나 민원에서부터 각종 생활 문제까지.
행정구역별로 혼란이 생길 수 있어보이는데.

실제 조사 결과, 오태지구 현진 에버빌 주민의 경우
구미시와 칠곡군에 재산세와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구미시와 칠곡군에 두 번 납부해야 하거나,
쓰레기 처리 등의 생활문제에 있어 불편을 겪었다는
과거의 보도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에는 행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관리사무소의 말에 따르면 구미시와 칠곡군의 경계에 건축되어 있지만,
실제로 아파트 단지의 행정은 현재 칠곡군 측에서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각 지자체 공무원들을 인터뷰 해본 결과 속사정은 이랬다.
행정구역으로 인해 생겨난 여러 불편함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왔고,
이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칠곡군청 측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봐주는 형식으로 일이 진행되어 온 것.

앞서 이야기했듯이 행정구역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불편함은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있다.
칠곡군과 구미시의 경우 또한 사용하는 쓰레기 봉투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 주민들에게 많은 혼란을 빚었다.
이에, 현재는 두 시와 군의 쓰레기봉투를 구분없이 사용해도
해당 아파트내에서만은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고 칠곡군청은 전했다.

덧붙여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경우에도
원래는 주소지를 엄격히 나누어
해당 병원과 보건소에서만 접종하도록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경우 가까운 병원과 주소지에 따른 접종 병원이 다를 수 있기에
그를 배려해 근거리에 있는 보건소와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칠곡군청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이번에 주사를 맞는데 칠곡군 보건소에 전화를 했죠.
구미시 보건소 가셔도 된다.
그니까 염려하지 마시고 그거는 구분없이 처리한다.

원칙대로만 하면 (그렇지만) 지역 특성이 그렇다보니까...
조금 유연하게 하고 있는 중이죠.

사업장주소지 기준으로만 구분해 정산할 수 있어 조정이 어려운
지역화폐 통일 등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칠곡군청이 한발짝 물러나 ‘유도리’를 발휘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그렇다면 이렇게 애매한 행정구역으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가 적지않은데도
왜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걸까?

행정구역 조정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칠곡군과 구미시의 경우도, 주거지역으로 사용되기전부터 그어져 있던 경계에
아파트 여러 개와 공단 등이 들어서며 인구 수와 세수 확보 등의 문제로
두 시와 군이 합의에 이르기 어려웠다고 한다.

자치단체간의 경계 조정이 필요한 지역을
조사를 한번 했다(고 알고 있는데,)
예전부터 그런(조정에 대한)말이 있었거든요.
근데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현진아파트같은 경우에도 주민수가 꽤 되니까
구미는 구미로, 칠곡은 칠곡으로 가져오려고 하고
자치단체간의 그런게 있기 때문에..."

이 때문에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대로 해결이 힘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용용지 부족 등의 이유로
두 시가 공동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거나,
위례신도시와 같이 애매한 행정구역을 가진
복합경계신도시가 건설되는 등의 경우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성남, 하남 세개의 행정구역 일부분이 합쳐진 지역인 위례신도시는
신도시 계획 수립 당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했지만
마찬가지로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지 않아
경계선을 조정하는 것에 그쳤는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분리되어 있어
주민들이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

의정부와 서울시의 경계에 위치한 ‘수락리버시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3,4단지는 서울시에 속해있는 것과 달리
1,2단지는 아파트 착공 시 서울시에 편입되지 못해
‘서울 속 의정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에 1,2단지 입주민들이 교육, 보건, 행정 시설의 이용 등 생활권 문제에서도
큰 불편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실거래가 등에서도 서울 주소지를 쓰는 3,4단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같은 단지 내에서 행정구역이 갈릴 경우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부동산 가격의 차이 등 경제적 가치 문제가 수반되며
주민 갈등으로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 지자체들의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되
그것이 어려울 경우
중앙정부나 상위 지방정부 등
제3자의 개입으로 해결하는 대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찾아봤다.
화성시 반정동 일원의 사례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중재로 지난해 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것은 주민 거주가 시작된 상태에서 행정구역 조정 합의가 이루어진
역대 두번째 사례일 정도로 드문 일.
화성시 반정동 일부는 ‘n’자 형태로 수원시로 깊숙히 들어가 있어
수원시로 둘러싸인 형태였는데
주민생활권은 수원시, 행정기관 이용과 쓰레기 배출일 등은 화성시 관할에 있어
해당 단지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이 상황에서 갈등 해결을 이끌어 낸 곳은 상위 지자체인 경기도다.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고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제3의 기관이 중재에 나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올 1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갖춰졌다.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개발사업 등의 시행자가
관계 지자체에 경계변경에 대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두 지자체 사이의 조정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3의 기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반복되는 행정구역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행정구역 경계 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불편함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