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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스

서울 신축 아파트 전세 물량 품귀.. 분양가는 14억-전셋값은 21억
박정열과장|2021-06-28 조회수|624
이달 30일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서초그랑자이’ 전용면적 84m² 전세가 21억 원에 나왔다. 가장 낮게 나온 전세도 15억 원으로, 2년 전 분양가(14억5200만 원)를 웃돈다. 최근 2년 새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하며 전셋값도 함께 오른 것이다. 이달 15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디에이치라클라스’의 사정도 비슷하다. 2018년 12월 분양 당시 전용 84m² 분양가는 16억5600만 원이었는데, 현재 전세 매물은 16억5000만 원에서 21억 원에 나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높아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분양된 신축 아파트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도 전반적으로 줄고 있어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가을 이사철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분양가보다 비싸진 전셋값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를 웃도는 사례는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비(非)강남권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올 4월 입주한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녹번역’의 전용 59m² 전세는 이달 초 6억5000만 원에 처음 거래됐다. 3억 원 후반대였던 분양가보다 2억5000만 원 이상 비싸졌다. 매매가가 10억∼12억 원으로 치솟으며 빚어진 현상이다. 과거엔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며 인근 전세 시장이 안정됐지만 이제는 정반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는 건 현 정부 들어 민간 주택 공급을 옥죄며 신축 아파트 자체가 귀해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법’과 각종 실거주 규제, 보유세 강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과 양도소득세 공제 시 거주 기간을 추가하면서 전세를 놓지 않고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늘었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를 놓더라도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며 전세 물량이 줄었고, 임대료 인상이 사실상 4년간 제한되면서 신규 계약 시 집주인들이 최대한 보증금을 높게 받고 있다.

○ “2∼3개월 뒤 전셋값 오를 것” 전망 우세 

 

문제는 이사 수요가 몰리는 하반기(7∼12월)를 앞두고 이런 현상이 구축 아파트로까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예비 신혼부부인 직장인 정모 씨(32)는 서울 강동구 인근 준공 21년 차 아파트에 신혼집을 구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올 3월만 해도 전용 59m² 전세 실거래가는 3억∼4억 원이었지만 이후 호가가 1억5000만 원가량 올랐다. 그는 “아파트 전세를 포기하고 빌라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1개월 새 아파트 전세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빌라 전세도 줄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올려 내놔도 전셋집 구하기에 급한 세입자들은 무리해서라도 계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총 2만388건으로 2개월 전(2만2797건)보다 10.6% 감소했다.

각종 지표도 심상치 않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를 보여주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올 4월 103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셋째 주 110을 넘었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공인중개업소 40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전국 ‘전세가격 전망지수’도 이달 말 기준 120으로 전월(114)보다 상승했다. 100을 넘으면 2, 3개월 뒤 가격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에게 혜택을 줘 공급을 늘리거나, 주택담보대출이나 양도세 규제를 풀어 세입자의 내 집 마련을 유도해 수요를 줄여야 한다”며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서울 전셋값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