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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스

"서울에서 전셋집이 사라진다"..세금 부담에 월세 전환도 늘어
박정열과장|2021-05-27 조회수|584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 살고 있는 김모(36)씨는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12% 증액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시세를 보여주면서 본인도 자금이 필요하다고 알린 데다, 응하지 않을 경우 집주인이 실거주로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았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신고가로 세입자를 들이는 전셋집이 늘고 재산세 부담에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전월세신고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서울에서 전셋값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인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5705건으로, 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가 34.3%(4만3199건)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2019년 11월~2020년 7월)간 월세 거래가 전체 거래 가운데 28.4%였던 것에 비하면 5.9%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 전월세신고제기 본격 시행되면 전셋집 매물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신고된 전월세 데이터를 세금 인상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이 많다. 결국 세금을 올릴 것이라며 미리 전세를 월세로 돌려리는 집주인들이 늘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서울에서만 약 7600가구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정비사업에 따른 원주민 이주는 주변 전셋값을 끌어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집을 재건축(재개발)할 동안 집을 새로 마련하기 보단 거주 동네 주변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서울에서 입주하는 단지까지 2만9656가구(부동산114 자료)로 작년(4만9078가구)보다 2만 가구가량 감소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마저도 올해 입주물량 대부분이 상반기에 쏠려 하반기 (3분기 7938가구 4분기 4919가구)전세난을 해갈할 수 있는 완충 지대는 더욱 좁아진다.


오를 땐 왕창 내릴 땐 찔끔

전셋값 구하기기 어려운 이유로는 오를대로 오른 전셋값이 있다. 올 들어 전세가격지수 상승 폭이 작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금이 소폭 하락했지만, 작년 3월과 비교하면 전세가격지수는 6.2%나 올랐다.

실제 대규모 이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6월 1일 반포 주공 1단지 1·2·4주구 2120가구의 이주를 앞두고 전셋값 호가가 2억원이나 뛰었다. 반포동 S공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의 최근 전세 호가는 1년 전 8억8000만~9억9000만원에 비해 70%가량 오른 15억원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아크로타워스퀘어' 전용 59㎡는 이달 8억23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지난달 거래됐던 기존 최고가(7억5000만원)보다 7300만원 높은 값이다. 지난달 4억9000만원에 전셋집이 나갔던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2단지 전용 101㎡도 이달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일반적으로 이사철이 시작되면 전세매물 순환이 활발해진다. 하지만,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변화된 시장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2+2 계약갱신청구권과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감안해 신규 전세계약을 맺을 때 시세보다 전셋값을 높게 부르는 집주인이 늘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신규 계약보다 갱신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그만큼 전세물건은 더 귀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 물량이 전세로 나오는 비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일례로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초 디에이치라클라스'는 총 848가구 중 전세 등 임대 물량은 이 중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보통 신축 단지에선 60% 안팎의 전세 물량이 나온다. 약 100가구인 전용 59㎡의 전세 물량은 30~40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 지역인 서울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의 경우 전용 59㎡의 전세 호가는 2억5000만~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매물은 1~2개 정도고 반전세 비율이 더 높았다. 반전세 호가는 보증금 2000만원에 85만원부터 보증금 2억원에 30만원으로 다양했다. 작년 10월 입주를 마친 '신길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은 최근 임차매물로 3건이 나왔는데, 집주인 모두 전세보단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말했다. 호가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70만원 수준이다.


정부 정책도 시장 불안 요소

정책 변수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월세 증액 상한제,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제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데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 대상을 확대하면서 전세 공급 여력은 점점 줄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받은 단지에선 최장 5년 간 집주인 실거주를 강제하도록 법규를 개정했다. 서울 425개 동 가운데 322개 동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의 새 아파트는 몇 년간 전세를 놓지 못하는 셈이다.

당정은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2년 이상 산 집주인에게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아직 조합 설립을 못한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에선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신이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 30대 미만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도 요구된다.

직방이 전국에서 확정일자가 부여된 임차인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기준 30~39세가 28.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50세 이상 26.8%, 30세 미만 25.2%, 40세~49세 19.8% 순으로 집계됐다. 확정일자 통계가 공개된 2014년과 비교하면 30~49세는 비율이 감소하고, 30세 미만과 50세 이상은 증가했다.

인구 구조상 인구수가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소득과 경제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취약한 30세 미만이 임차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직방 측은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다음달 1일 주택임대차거래신고 의무화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들 계층의 법률적보호 장치가 더 세밀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