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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스

거래 줄어도 호가는 높은 서울 집값.. 전문가 11명 중 9명, "하반기에도 안내릴듯
박정열과장|2021-05-28 조회수|630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매매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 상당수는 하반기에도 집값이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노원구(0.21%)와 토지거래허가지역 근처라 풍선 효과가 생긴 서초구(0.18%) 등은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감소세다. 서울시가 실거래 신고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한 매매 거래량을 보면 1월 5777건, 2월 3866건, 3월 3768건, 4월 3482건으로 매월 줄었다. 전년 1~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2만 2260가구)보다는 24.1% 감소한 수준이다. 주택 거래량은 주택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조선비즈가 부동산 전문가 11인에게 물어보니, 전문가들 대체로(9명) 올해 하반기에도 서울 주택 가격이 ‘강세’, ‘강보합’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을 냈다. 시장에 가격 상승 요소들이 여전히 있어 가격 하락 또는 조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다만 전문가 2명(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설문조사 대상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여경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등 11명이었다.

 

◇ 거래량 감소, 가격 조정의 전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래 감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묘한 온도 차가 있었다. 이를 ‘주택가격 흐름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번엔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시각이 맞섰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거래량이 꺾이면 가격은 반드시 내려간다”면서 “현 주택시장 가격 상승 동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주택시장이 버블이 상당한 상황에서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같은 쇼크가 하나라도 터지면 주택시장 상황은 매우 위중하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소 2분기 이상 거래량의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이는 추후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오는 6월까지 서울 주택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면, 하반기 집값은 적어도 크게 오르기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을 밀어올리는 상승 에너지가 약화하면 가격 상승의 지속성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거래량 감소를 가격 하락의 전조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은 훨씬 많았다. 시중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등 가격 방어 요소가 시장에 더 많다고 보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격이 떨어지려면 매물이 많은 가운데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매물, 즉 매도 물량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얘기가 다르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와 양도세 중과 및 보유세 강화,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등으로 매물이 줄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지속하고 있다”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점 등까지 고려하면 현 시장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줄면 가격도 내리는데, 현재의 거래량 감소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생긴 인위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 매도자 우위 장세 이어질 듯

하반기 매물 감소와 전월세 시장의 불안 등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면서 주택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을 기점으로 매물 잠김이 심화하면서 다시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서울 외곽 아파트에 매수자가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 다주택자는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매도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집값이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수자의 관망세 속에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현재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세 부담이 커도 일단 버티는 게 낫다는 일종의 학습심리가 여전히 강하다”라고 했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기 매수자는 사고 싶은데 돈이 없는 상황이고, 매도자의 매도 의사는 줄어드는 한편 호가를 내릴 이유도 특별하게 없다”면서 “매수자가 매도자의 가격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데 매물의 가격은 꺾이지 않는 호가 장세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집값 향방 가를 변수는 ‘금리’와 ‘대통령 선거’

전문가 11명 모두 향후 주택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금리 인상’을 꼽았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라면서 “대출금리가 오른다면 주택과 수익형 부동산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뒤따르게 돼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다. 갚아야 할 대출 이자와 세금이 무거워지면 결국 매매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주택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무주택자는 주택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다주택자 등 집주인은 이자 및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매매가는 빠지는 데 전세가는 오르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말했다.

선거 이슈가 주택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내년에 있을 대선도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로 꼽혔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 상반기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가격이 안 꺾인 것은 ‘서울시장 선거’ 영향”이라면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공약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고 가격 하락조정을 막은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관련 과세 완화, 무주택 실수요자 여신 완화 등의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보니 연내 가격 조정이 쉽지 않다”면서 “적은 거래량 속 가격 강보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2%대에서 3%대로 뛴다면 시장의 양상이 달라질 것인데, 대선 정국과 경제 체질 등을 고려하면 미국을 따라 단박에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규제 완화나 지역 개발 공약 카드가 부각될 테고 이는 수요자의 기대심리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서울시장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 등의 영향으로 시장 및 정책에 정치적 개입과 가능성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내년 대선까지는 호가가 내리지 않는 버티기 시장이 이어질 것 같고, 금리도 급격히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가격 조정 시점이 유예되는 만큼 향후 조정 국면에는 가격 하락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