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부동산 뉴스

‘평당 1억1500만원!’ 서울 분양가상한제 풀리자 벌어진 일
최고관리자|2024-01-19 조회수|96

‘평당 1억1500만원!’ 서울 분양가상한제 풀리자 벌어진 일

입력
 기사원문
 
시행사 고가 정책, 가격 경쟁 치열
미분양 등 리스크에도 규제 못해
잇단 계약포기, 무순위 청약 봇물도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공급되는 초고가 아파트 ‘포제스 한강’ 조감도. 포제스 한강 홈페이지 캡처

신축 아파트 가격을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묶어놓는 분양가 상한제가 대거 풀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헉 소리’ 나는 분양가가 잇따르고 있다. 시행사와 조합 등 공급자들은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 같은 인상 요인을 지렛대 삼아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분위기다. 최근 1년 사이 인근 시세와 비교해 유독 비싼 분양 단지가 흔해지는 동안 해당 가격이 적정하게 책정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분양가 사례가 더욱 많아졌다.

34평 44억 ‘하이퍼 럭셔리 아파트’

이달 초 분양 공고를 띄운 서울 광진구 광장동 128가구 규모 아파트 ‘포제스 한강’은 3.3㎡(평)당 평균 공급가격이 1억15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파르게 이어진 분양가 상승세에 정점을 찍었다. 이 가격은 종전 최고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5653만원)의 2배다. 2021년 6월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현재 3.3㎡당 매매가격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직방 시세로 1억808만원이다. 포제스 한강의 시초가인 분양가는 이보다도 비싸다.

원래는 이달 말 공고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가 3.3㎡당 6705만원으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울 예정이었는데 한발 먼저 나온 포제스 한강이 압도적인 가격을 내놓으면서 더 이상의 비교가 무의미해졌다.

포제스 한강의 분양가가 공개됐을 때 건설과 분양 업계 관계자들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옛 한강호텔 부지에 짓는 이 아파트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강변에 딱 붙은 입지에 5성급 호텔 수준 어메니티(편의 시설 및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하이퍼 럭셔리(초호화) 아파트’를 표방하는데 분양가가 적정한지는 누구도 선뜻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포제스 한강’ 홈페이지에 “5성급 호텔 회원권을 단지 내에서 누릴 수 있다”고 소개된 내용. 해당 홈페이지 캡처

중대형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가장 작은 전용면적 84㎡가 32억~44억원대, 115㎡는 52억~63억원대, 펜트하우스인 244㎡는 150억~160억원대로 책정됐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47층 펜트하우스는 더 넓은 264㎡인데 지난해 5월 배우 전지현씨 부부가 매입해 최고가를 기록한 금액이 130억원이었다. 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 자이’의 전용 244㎡는 현재 최고 7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고급 아파트 시공에 참여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집 자체가 특별히 대단하지 않더라도 인테리어에 새끼 소가죽을 쓰거나 도배지로 고급 수입산을 쓰거나 하면 집값이 금방 올라간다”고 말했다. 포제스 한강 홍보 웹사이트를 보면 주거공간에 ‘독일 명품 주방 가구’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구’ ‘하이엔드 독일 주방가전’ ‘프랑스 왕실이 애용한 럭셔리 크리스탈 브랜드’ ‘이탈리아 수전 1위 브랜드’ 제품을 쓴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DL이앤씨가 짓지만 주거 브랜드 ‘e편한세상’은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명인 ‘아크로’도 달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까지 분양 업무를 했던 다른 1군 건설사 관계자는 “그건 아파트를 공급하는 시행사의 요청일 것”이라며 “드물긴 하지만 시공사 브랜드가 일반적으로는 이미지가 좋아도 자기네 상품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인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시공사는 아파트를 짓기만 할 뿐 분양 과정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통 발주자는 시공사에 시공과 함께 분양 홍보를 함께 맡기는 것으로 계약한다.

분상제 해제로 태어난 아파트

시행사가 아무리 고가 정책을 밀어붙였더라도 광진구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었다면 평당 1억원대 분양가가 시장에 나오기는 어려웠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행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해당 분양가로 분양 보증서를 받고 이 보증서에 적힌 금액으로 관할 관청인 광진구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HUG와 구로부터 분양가 심사를 받았지만 1·3대책이 나온 지난해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분양가 규제를 위한 절차가 사라졌다.

비규제 지역의 경우 HUG의 분양 보증서 발급 사실은 분양가 적정성과 무관하다. HUG 관계자는 “과거 고분양가 심사를 할 때는 분양가에 따른 미분양 등의 리스크를 측정했지만 이제는 그 대상이 규제 지역으로 한정돼 비규제 지역은 HUG가 리스크 여부를 판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규제 지역 아파트의 경우 그 가격이면 분양이 잘 될 거라고 예측하고 보증을 내주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보증이다 보니 발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해당 항목 점수가 안 좋을 수는 있지만 그게 보증 취급 제한 사유까지는 되지 않는다”며 “공급자가 원하는 가격을 들고 왔을 때 설령 그게 너무 비싸 보이더라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복도. 뉴시스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사업을 하다 보면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곳이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지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분양성이 좋지 않은 경우 시공사는 공사비만 받고 빠지는데 그런 발주자는 미분양성이 현금 흐름에 영향을 안 주지 않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제스 한강 시행사는 그 가격으로 일반분양에서 완판하겠다고는 애초 생각하지 않았을 걸로 보인다”며 “우선 공격적인 가격으로 이목을 끌어 상품성을 높인 다음 미분양 물량을 차례로 털어내는 게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포제스 한강은 태생부터 분양가 상한제 해제로 등장한 단지다. 2019년 한강호텔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는 당초 소형 평형이 많으면서 부동산 규제를 덜 받는 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건축계획을 세웠다. 그 상태로 2021년 착공까지 했는데 지난해 규제 완화로 광진구가 비규제 지역으로 바뀌면서 그해 8월 지금 형태의 중대형 면적 위주 일반 아파트로 설계를 변경했다. 부동산 정책 변화에 맞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하는 쪽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문제는 ‘살 사람이 있느냐’

최근 고분양가 지적을 받은 아파트 중에는 ‘완판’에 실패한 단지가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오는 3월 입주를 앞두고도 전체 771가구 중 158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지난 16일 임의공급(무순위) 2차 청약접수를 진행했다. 이 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12억7000만~13억8000만원대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동대문구에서 전용 59㎡가 9억원대, 84㎡ 11억원대에 분양한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도 계약 포기가 잇따르며 이달 초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그러고도 15가구가 팔리지 않아 2차 무순위 청약을 준비 중이다.

같은 달 분양한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도 전용 84㎡가 최고 14억4000만원대에 나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단지였다. 두 달 전 입주자를 모집한 맞은편 대단지 ‘래미안 라그란데’의 전용 84㎡ 최고가(10억9900만원)보다 3억4000만원 넘게 비쌌다. 59㎡ 최고가는 각각 10억388만원, 8억8800만원으로 역시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1억1600만원가량 더 비쌌다. 일반분양은 모든 타입이 1순위에서 마감했지만 가격이 높은 3단지에서 무더기 미계약 사태가 빚어졌다. 전체 134가구 중 91.1%인 12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최근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다 털어내지 못했다.